늦은 밤이었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울적한 그런 날이었습니다. 당이 당겨서 울적했는지, 울적해서 당이 당겼는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이 퍼석 마른 몸뚱이에 당을 당장 주입하지 않으면 말라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만이 엄습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혀를 아리게 할 만큼 단 크림을 잔뜩 올려 한 입만 먹어도 살이 찔 것 같은 디저트 류는 또 싫었습니다. 고소하면서 달달하면서 바삭하면서 든든하게까지 해주는 음식이 뭘까? 도둑놈 심보로 고민해 본 결과, 화려하게 겉치장을 하지 않아도 맛있는 핸즈커피의 플레인 와플이 떠올랐습니다.
당을 섭취하고 싶지만 너무 단 건 부담스러울 때 이곳의 와플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커피전문점이지만 사심을 잔뜩 담아 주구장창 와플 이야기만 할 예정인데요. 이곳 와플이 맛있어서 체인점을 내가 직접 내고 싶다,라고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그럼 매일 먹을 수 있으니까요. 어릴 적 수박이 너무 좋은 나머지 나는 수박 파는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라고 하던 생각이 이렇게까지 발전했습니다.
아이스티는 리뷰 이벤트입니다. 그리고 유독 이 날은 달달한 것도 먹고 싶었지만, 갈증이 났던 날이라 혼자서 음료 두 잔을 다 마셔버렸습니다.
왼쪽이 레몬 아이스티, 오른쪽이 바닐라멜랑슈입니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곳에서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는데, 바닐라멜랑슈에서는 약간 산미가 느껴집니다. 산미 있는 커피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고, 그 외에 고소한 맛도 강해서 산미와도 적당히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 문제의 주인공입니다. 일반적으론 평범해 보이는데 왜 이리 오두방정이냐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요. 색깔과 광택에서 느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한 겉바속촉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포크로 살짝 두드려 보면 틱틱 소리가 납니다. 겉이 바삭해서요. 그런데 그 바삭함이 태운 듯한 바삭함은 아니고 설탕이 살짝 코팅된 것 같아요. 제 추측입니다.
요즘은 즐겨 찾는 스타일이 변했나 봐요. 이런 묵직한 스타일보다, 핫케잌 가루로 구운 듯한 라이트 한 스타일이나 크림을 사이에 잔뜩 넣어 반틈을 접은 스타일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이곳 와플이 옛것을 고수하는 것 마냥 반갑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일 등을 추가하지 않아도,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커피 한잔과 함께라면 무서울 것이 없는 디저티라고 여겨집니다. 겉이 전혀 눅눅하지 않고 파삭합니다.
겉은 바삭 소리를 내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이런 디저트류가 건강에 좋을 이유는 없겠지만, 정신건강에 좋은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조그만 한 통이면 충분한 휘핑크림.
이렇게 먹다가 잊을만할 때쯤 커피 한 모금을 해주는 게 좋습니다. 마침 위에서도 커피는 산미가 느껴진다고 말했었는데요. 점바점일지도 모르지만, 너무 달달한 맛이 나는 것보다 이 쪽이 디저트와 함께 먹기엔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먹고 또다시 한 조각 더 썰어냅니다.
늦은 밤, 카페인마저 섭취해버려 밤을 새야 할 판국이지만 맛있게 먹었으니 됐습니다. 맛있는 집을 알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허전함을 느낄 때마다 번개처럼 떠올라 나를 위로해주니까요. 하지만 조금은 슬픈 문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가격은 이렇습니다. 달이 밝던 어느 날 밤, 달달하게 잘 먹었습니다. 이상 핸즈커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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