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배달횟집 중에 숙성회를 파는 곳은 잘 없었습니다. 수족관을 두고 손님을 받는 활어횟집이 배달도 같이 하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회를 배달해 먹을라 치면 언제나 활어회밖에 먹을 수 없었는데요. 드디어 제가 사는 골방 근처에도 숙성회 전문점이 생겼습니다. 우연히 다른 지점에서 먹어보고 반해 그 맛을 있지 못 했던 마성의 숙성횟집, 드디어 제 낡은 식탁 위에서 먹어봅니다. 낭만사시미입니다.
배달이 도착했습니다. 오늘의 로고는 어떨까요. 오른 쪽에 찌그러져 잘 보이지 않지만 고양이 캐릭터입니다. 낭만고양이의 이름을 따 낭만사시미로 상호를 지은 건 아닐까 싶습니다. 허구한 날 맛있는 배달 안주와 혼술을 하는 이런 하루야말로 낭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나지.
봉투를 풀어봅니다. 회, 간장, 쌈장, 초장, 양념장, 타르타르소스, 상추쌈, 그리고 초대리 햇반입니다. 초대리 햇반은 리뷰 이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이벤트가 없었다고 해도 내돈 내산으로 꼭 먹어야 할 필수 사이드 메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밀치와 연어의 조합을 낭만사시미에서는 밀연이라고 부릅니다. 광어와 연어의 조합은 광연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밀연이를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연어와 양파를 많이들 함께 드시지만 저는 연어 본연의 맛을 좋아합니다. 야채가 싫어서는 결코 아니고요. 연어가 좋은 것 뿐입니다.
양파를 한 쪽으로 치워내고 연어를 살펴봅니다. 조금 늦은 시간에 시켜서 그런지, 예쁜 부위가 다 소진이 되어서 그런건지, 생각했던 것만큼 연어의 부위가 먹음직스러운 부위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맛이야 변하지 않을 걸 알지만, 블로그에 올려야 하는데 힝, 하면서 젓가락을 들었습니다.
이 양념장이 회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육회를 먹을 때 주는 양념장과 비슷한데요, 참기름의 고소함과 마늘의 알싸함과 고추의 매콤함은 한국인만이 아는 궁극의 조합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쁘게 비벼 회와 같이 먹을 준비를 해 줍니다.
맥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사이드 메뉴입니다. 치맥에 이어 피맥이 있다면, 회맥도 빠질 수 없습니다.
사놓고 소주는 좋아하지 않아 소주를 부어 본 적이 없는 소맥잔.
연어 뱃살 부위를 집어 먹어봅니다. 낭만사시미의 회는 위에도 말했듯 숙성회라서 생연어의 맛과는 조금 다른데요. 생연어도 물론 생연어 본연의 맛이 있지만 이 곳에 연어회는 혀 끝에 남는 감칠맛과 풍미가 생연어와는 확연히 다른 것 같습니다. 회 맛이 회 맛이지 뭐, 라고 하시는 수족관 세대인 저희 아버님 마저, 연어회는 느끼하잖아 라며 좋아하시지 않는 온리 광어우럭파 저희 어머님 마저, 이 곳의 연어회는 맛있다고 좋아하십니다.
밀치회는 딱히 다른 곳과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 했습니다. 밀치 자체가 광어나 우럭보다 기름진 맛이 기본적으로 있어서 그런 걸까요. 어쨌든 밀치는 식감도 아삭아삭해서 재미있습니다.
숟가락에 초대리가 된 밥을 떠 즉석 초밥을 만들어 먹어 봅니다. 밥도 고슬고슬하고 너무 새콤하지도 너무 달콤하지도 않은 맛이 잘 어우러져 제법 맛있습니다. 이렇게 해 먹는 초밥이 초밥전문점의 초밥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도톰하게 썬 밀치로 한 번 더 입을 씻어줍니다. 밀치와 연어는 맥주를 절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기름진 맛에는 맥주 탄산으로 씻어줘야 예의이기 때문인데요. 이런 기름진 생선류를 좋아하다보니 요즘은 광어나 우럭 같은 담백한 생선회들을 잘 찾지 않게 됩니다. 어릴 때에는 부모님을 따라 횟집을 가 참 많이도 먹었는데 말입니다.
연어회만을 한점 집어 먹어봅니다. 입안에 가득 차는 이것이 연어인지 행복인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집이 없어도 좋은 차가 없어도, 좋은 사람이 옆에 없어도 이런 작은 것들에 저는 소소한 행복을 느낍니다. 남들처럼 치열하게 세상을 살며 부를 축적하지 않아서, 남들처럼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경쟁을 하지 않아서, 저는 아직 세상이 살만한 것 같습니다. 배달앱의 등장이후로 10키로가 쪄버린 이런 인생일지라도 말입니다. 낭만사시미였습니다.
가격은 이렇습니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고, 배달팁까지 착하니 이제 회는 낭만사시미에서만 먹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낭만사시미가 대구 지역 체인인 것으로 보이지만 널리 퍼져나가길 기대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맛 ★★★★★+★
양 ★★★★★
가성비 ★★★★
서비스 ★★★★★(리뷰이벤 영원히)
전국의 모든 자취생들이 배불리 먹는 그 날을 기대하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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