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배달만 먹는 건 아닐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러다 몸이 나빠지진 않을까, 조미료 맛에 익숙해져 재료 본연의 맛을 못 느끼는 날이 언젠간 오진 않을까. 남들은 다 요리해먹고 잘 산다는데 나만 너무 편하게 살려는 건 아닌가. 그렇게 배달의 민족을 켜는 내 자신에 현타가 올 때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럼 몸에 좋은 회를 먹자. 가성비로 승부 보는 [참치대뱃살]입니다.
참치 가게의 이름은 [참치대뱃살]입니다. 상호마저도 부위 이름으로 지어버리는 직관적인 네이밍 센스에 감탄하면서 하나, 둘 꺼내어보겠습니다.
시킨건 1인용 참치 하나지만, 참치초밥 3피스와 맛보기 오향장육, 계란탕이 함께 옵니다. 맛보기 오향장육은 리뷰이벤트구요, 계란탕과 참치초밥은 같이 오는 사이드 메뉴입니다. 참치는 보이는 바와 같이 꽝꽝 얼어서 옵니다. 위치에 따라 배달이 가는 동안 녹아서 갈 수도 있겠네요. 참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거라면 저 상태로 먹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저는 해동 해 먹습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고의적인 딴 짓을 하는 것도 고역이라면 고역이겠습니다.
참치초밥은 아무래도 손에 쥐어야 하고 언 상태라면 쥘 수 없기 때문에 잘 해동이 된 참치로 옵니다. 아직 냉동상태의 참치는 마블링을 알아보기 쉽지 않은데 1인 배달 치고 초밥 참치의 마블링은 꽤 좋다 생각됐어요. 밥알도 적당하고 맛있었습니다. 메뉴에 초밥도 있었더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혹 초밥집에서 참치초밥을 시켜먹을 때 살짝 비리다고 해야할지, 피맛이 난다고 해야할지. 운이 나쁘면 그런 초밥을 만날 때가 있는데요. 이 곳 초밥이 그럴 만큼 값싼 부위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기름지고 쫄깃한 맛 뒤에 살짝 새콤한 맛도 따라오면서 깔끔하고 맛있게 느껴지는 그런 초밥이었습니다.
또 다른 초밥 하나. 꼬득꼬득한 식감이 좋았습니다.
메뉴에 포함돼 있는 계란탕입니다. 걸쭉한 계란탕이 소주 안주로 참 좋았습니다. 소주는 입에도 대지 않는 편인데요, 먹는다면 어울릴 것 같다는 뜻입니다. 계란탕의 맛은 딱히 엄청나게 맛있다기보다는 참치를 대신해 배를 채워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메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꽤 큰 것 같습니다.
리뷰이벤트로 온 오향장육. 분명 시킨건 1인용 혼술참치인데 같이 오는 것만 세 가지가 됩니다. 1인이 아니라 2인도 충분히 먹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쫄깃하고 마늘향이 강하던 오향장육. 단품 메뉴로도 있습니다. 시원한 맥주랑 먹기에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맥주를 같이 먹지는 않았습니다.
해동 전의 참치 상태는 마치 지금 당장 물수제비를 던지거나 딱지치기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처럼 보이는데요. 저 참치가 어느 정도 녹으면 이렇게 됩니다.
살결의 무늬가 더욱 선명하게 살아나고 먹음직스러워집니다. 색깔이 너무나도 영롱해 우리집 장판으로 삼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 상태에서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좀 더 가까이서 찍어 본 사진입니다. 고추냉이를 푼 회간장에 찍어먹는 게 저는 가장 좋더라구요. 김과 같이 먹거나 쌈을 싸먹거나 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 언제나 쌈과 김이 집에 남아돕니다. 그런 것들은 또 잘 모셔놨다가 나중에 저의 피와 살로 만듭니다. 참치는 버리는 부위가 없다고 했나요. 배달음식에 버려지는 건 용기뿐이라는 이치와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네요.
해동 된 참치를 한 점 들어올려봅니다. 꼬득꼬득하고 부드러운 게 참 맛있지만, 어느 정도 해동한 상태부터 먹기 시작하니 내가 원치 않는 지경까지 녹아버리라구요. 그쯤 되니 부드럽다 못 해 입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습니다. 녹아도 내 뱃속에서 녹거라, 얼른 먹어버려야 합니다.
윗 사진의 부위가 1단이었다면, 이 사진의 부위는 2단입니다. 아래쪽에 있는 부위이구요, 위의 부위보다 기름짐이 덜해서 덜 느끼하면서 훨씬 부드럽습니다.
살아있는 마블링. 마치 소고기의 그것처럼 나뭇잎의 그것처럼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보통 참치회를 시키면 괜찮은 부위와 먹지도 못 할것 같은 부위를 섞어서 주는데 이 집은 버릴 게 없습니다. 참치의 진가까지는 알지 못 해도 맛이 있다 없다 쯤은 구분할 수 있는 제가 보기엔 이 가게는 괜찮은 집 같습니다.
역시 사람은 야채든 생선이든 날음식을 먹어줘야 합니다. 저는 그 중 야채 대신에 생선을 택한 쪽이니, 어찌됐든 역시 몸이 건강해지겠죠? 역시 회란 자타공인 건강식입니다. 건강해질 생각에 만족하면서 먹은 [참치대뱃살]이었습니다.
가격은 이렇습니다. 왠만한 모듬회 소자가 2만원은 기본으로 넘어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참치회가 17,000원인 건 굉장히 괜찮은 가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얇긴 했어도 1인 회 치고 양이 그렇게 작다고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요. 아 나 플렉스 좀 해야겠다 싶은 어느 날에 또 주문할 생각으로 찜 해뒀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맛 ★★★★★
양 ★★★★
가성비 ★★★★★
서비스 ★★★★★
전국의 모든 자취생들이 배불리 먹는 그 날을 기대하며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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