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먹고 싶었습니다. 입술에 기름칠 좀 하고 싶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시원한 맥주도 한 잔 하고 싶고, 맥주랑 같이 먹다 보면 한 마리를 다 먹기엔 부담스러워 다음 날 보나마나 냉장고 구석행일 것 같고, 튀김은 좀 안 땡기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 결국 선택하게 되는 치킨은 단연 땅땅치킨인 것 같습니다. 가격 적당, 양 적당, 내 기분도 아딸딸하니 적땅. 땅땅치킨입니다.
문득 땅땅치킨을 시켜 먹다가 보면, 머나먼 옛 과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주 오래 전 땅땅치킨이 저가브랜드로 굉장히 저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용돈을 받아 쓰고 그 용돈마저 매점에서 사용하고 나면 잔돈 밖에 없던 학생 시절, 친구들과 돈을 모아 사먹을 수 있었던 유일한 치킨이 땅땅치킨이었습니다. 그런 땅땅치킨마저도 조금씩 가격이 올라 결국 치킨 한마리 가격이 다른 치킨집과 다름없을 만큼 비싸졌는데요.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메뉴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랬던 우리를 잊지마, 과거 소환 메뉴. 스몰치킨입니다.
자주 먹는 메뉴인 땅땅 불갈비를 시켜봤습니다. 함께 오는 것은 굳이 잘 먹지 않게 되는 두 가지의 소스, 치킨 무, 그리고 작은 캔콜라 입니다. 맨 위에 있는 봉투는 케이준 양념감자입니다. 리뷰이벤트고요, 콜라 위의 맥주는 추가 주문 한 겁니다. 맥주는 리뷰이벤트도 서비스 메뉴도 아니니 이 점 유의 바랍니다.
땅땅불갈비는 보이는 바와 같이 껍질이 노릇하게 구워져서 오고, 퍽퍽살이 하나도 없고 야들야들할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소스도 달콤해서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튀기지 않은 치킨이 땡길 때, 느끼한 것을 오늘만큼은 피하고 싶다 느낄 때 이 땅땅불갈비 메뉴를 추천합니다. 안주로도 치밥용으로도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달콤 쫄깃한 불갈비 한 조각. 불갈비는 오븐에 구운 닭입니다. 훈제향이 먹기 좋게 나고, 소스에 찍어 먹으면 양념치킨만큼이나 매콤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후라이드 보다는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인용 메뉴인지라 겉보기엔 많지 않아보여도 맥주 안주로는 굉장히 적당한 양입니다. 많은 양이 아니라, 적당, 적땅한 양이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점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목에 적당히 기름칠이 된 것 같으면 타이밍 좋게 블랑 한 모금을 마셔줍니다. 칭따오라던지, 카스라던지, 여러 맥주 종류도 함께 판매중입니다만 목넘김이 부드러운 블랑을 마시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모든 안주는 맥주와 함께여야 완성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블랑으로 목에 알코올을 적셔줬으면 다시 치킨 한 점을 더 먹습니다. 불갈비가 살짝 아쉬운 건, 모든 치킨이 식으면 식을 수록 그 빛이 바래지는 건 당연한 이치이나, 그냥 단순히 식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유독 불갈비에는 사진처럼 양념이 굳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딱딱한 건 아닌데 젤리처럼 양념이 떡이 진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릅니다. 불갈비는 맛있어서 10분 컷이 국룰이라 그런 현상 볼래야 볼 수 없다고,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지만 햇반 하나도 삼십분을 붙들고 되새김질을 하는 저는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제가 잘못 했습니다. 그래서 불갈비가 식기 전에 빨리 먹으라고 퍽퍽살보다 목넘김이 좋은 닭다리살로 만들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식든 식지 않든 맛이 똑같이 좋은 건 시크릿입니다.
지점마다 리뷰이벤트나 서비스는 다르겠지만, 제가 있는 동네의 지점은 그 중에서도 케이준 양념감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짭짤하면서도 적당히 잘 튀겨져서 바삭한 상태로 배달되는데, 가끔 이 감자가 먹고 싶을 때 일부러 불갈비를 시켜주기도 합니다. 감자는 원래 서비스여야 맛이 좋은 법이거든요. 문득 감자는 참 기구하다 여겨집니다. 치킨의 조력자로, 햄버거의 조력자로, 찜닭의 조력자로, 하다못해 엄마가 해준 반찬 중에서도 계란후라이보다 뒷전이 감자볶음이 아니던가요. 우리네 인생과 어딘지 닮아있습니다. 고용주의 조력자로 분하고 있는 고용자들이여, 힘을 냅시다.
맛있는 치킨은 먹고 싶은데 이만원의 돈은 지출하고 싶지 않다. 혹은 지출할 수가 없다. 그럴 때 추천하는 1인용 치킨, 땅땅치킨이었습니다.
가격은 이렇습니다. 야무지게 리뷰이벤트며 할인쿠폰이며 다 적용해 받았습니다만, 무료 배달 최소금액이 16,000원 인지라 언제든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콜라와 사이다를 함께 주문했습니다. 저의 꿈은 언젠가는 배달비에 연연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용자들이여, 힘을 냅시다.
맛 ★★★★★
양 ★★★★
가성비 ★★★★★+★
서비스 ★★★★★
전국의 모든 자취생들이 배불리 먹는 그 날을 기대하며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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