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도 어김없이 사무실엔 점심시간이 찾아왔습니다. 배달은 해먹어야겠고, 고기류를 먹자니 라이트한 점심엔 어쩐지 해비하고, 비까지 오는데 생선류를 먹자니 장염을 달고 사는 입장에서 모험을 하고 싶진 않고. 뭘 먹을까 유심히 고민하던 차에 뜨끈한 국물이 있는 쌀국수를 먹기로 했습니다. 자주 먹던 쌀국수 집이 따로 있었는데 오늘은 새로운 곳을 도전해봤습니다. 베트남노상식당입니다.
리뷰이벤트로 펩시 콜라 1병을 작은 병으로 받았습니다. 모태 코카콜라 덕후인 저는 한 모금 마시고 더 마시지는 않았지만, 이런 작은 서비스들이 모이고 모여 자취생의 피와 살이 됩니다. 감사하게 먹을 준비를 해봅니다. 쌀국수, 나시고랭, 튀김, 기본 찬 등 여러가지가 푸짐하게 도착했습니다.
먹기 전에 소스 먼저 제조해줍니다. 소스 추가구매를 해서 총 네가지가 왔는데요, 청양마요소스, 해선장소스, 쓰리라차소스, 스위트칠리소스 입니다. 쌀국수를 먹을 때 함께 먹는 건 해선장소스와 쓰리라차소스인데요, 스위트칠리소스와 청양마요소스는 튀김류를 찍어 먹습니다.
소스는 네가지인데 그릇이 오지 않아 덜어먹을 곳이 없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사무실. 지금 있는 것은 종이컵과 손바닥 뿐입니다. 종이컵 4개를 줄지어 놓고 소스를 하나하나 짜내야 하는지, 핫도그 케찹 뿌려 먹듯 먹을 때마다 쭈욱 짜서 먹어야 하는 지, 인간됨을 포기하고 손바닥까지 이용해야 하는 지 고민하던 찰나.
기본찬 케이스를 발견하고 그 뚜껑에 짰습니다. 원래 이런 용도였나요? 그렇다면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한 저는 참 기특한 사람이군요.
해선장 소스에 스리라차소스를 조금 섞었습니다. 스리라차 소스를 조금 더 섞어도 됩니다. 하지만 매운 맛을 모태부터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조금만 섞었습니다. 기본찬 중에 보이는 양파절임을 이 소스에 찍어 쌀국수와 함께 먹으면 숙취가 다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전날 진탕 마실 걸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입니다. 이제 쌀국수를 먹을 차례입니다.
국물과 면이 따로 옵니다. 비가 오는 날인지라 아무래도 도로가 밀리고 안전운전을 하다보면 면이 불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게가 제가 있는 사무실 바로 옆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전혀 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보통 위생봉투에 면이 따로 오고, 그릇에 국물이 담겨 오는데 이 집은 반대였습니다. 브랜드에서 따로 제작한 듯한 팩에 육수가 밀봉되어 담겨오고, 예쁜 모양 그대로 고명과 면이 그릇 안에 들어있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얼른 먹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 거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국물을 부은 모습입니다. 쌀국수의 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평소 느꼈왔지만, 여러군데를 먹어본 결과 조금씩은 다른 것 같습니다. 국물의 깊은 맛은 육수의 차이이려나요? 피쉬볼인지, 새우볼인지 여느 집에서는 넣지 않던 토핑도 들어있습니다.
차돌박이와 숙주를 조금 집어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양파절임에 소스를 찍어 함께 먹으니 이 비오는 날 몸을 휘감은 노곤함을 다 떨쳐주는 것 같네요.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 쌀국수 국물이지만 쫄깃한 차돌박이와 아삭한 숙주, 양파절임과 소스를 넣어 면과 함께 먹으니 식감과 풍미를 모두 잡는 한입만이 탄생했습니다. 라면처럼 쌀국수 면만 면치기 하는 것도 물론 맛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먹으면 전혀 느끼하지 않고 질리지 않는 맛이 됩니다.
다음은 나시고랭입니다. 작은 새우가 들어있고 반숙으로 구운 계란 후라이가 얹어져있습니다. 나시고랭의 맛은 제 블로그 이름 답게 쏘쏘한 정도였습니다. 보통 다른 곳에서 먹어 본 나시고랭보다 훨씬 촉촉하고 심심한 감이 있었어요. 자극에 단련이 된 제 입에는 그렇게 느껴졌지만, 순하고 부드러운 맛의 볶음밥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드는 나시고랭일 지 모르겠네요.
쌀국수는 안 불었는데 완두콩이 불었구나.
제아무리 배달음식에 단련이 된 몸이라지만 저 역시 가장 보통의 혀인지라 먹다보면 기름짐을 느끼는데요, 그럴 때 이 샐러드를 먹어줍니다. 샐러드를 평소 잘 만들어 먹는 편이 아닌데 저도 이렇게 야채를 찾게 되는 날이 오네요.
다음은 튀김입니다. 튀김 종류는 새우크로켓, 닭껍질짜조, 일반 짜조입니다.
쫀득하게 씹히는 짜조입니다. 길이가 생각보다 길어서 젓가락으로 들면 묵직하기까지 합니다. 피는 찹쌀로 만들어진 걸까요? 쫀득한 거 좋아하는 지는 어떻게 알고 이리도 쫀득한 지 의문입니다.
이 닭껍질 짜조가 정말 맛있습니다. 닭껍질을 싫어해서 벗겨내고 치킨을 드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좋아해서 그 벗긴 껍질을 홀랑 집어가는 사람도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제가 그랬다는 건 아닌데요, 바로 그 고소한 닭껍질로 만든 짜조입니다. 속 내용물이 일반 짜조와 같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쫄깃한 닭껍질이 맛있었던 짜조.
다음에 열 개 시켜 먹을 거에요.
다음은 새우크로켓입니다. 크로켓 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크게 기대 안 하고 먹어봤습니다만, 속에 들어있는 새우가 살이 통통하고 씹히는 식감이 좋아서 마치 멘보샤를 먹는 것 같았습니다. 새우 향도 진하게 나고, 튀김도 잘 튀겨져 바삭하니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도 한 눈에 보이는 촉촉한 새우살. 이 곳은 튀김류가 하나같이 맛있습니다. 잘 튀겼고 특유의 쫀득함과 고소함을 잘 살린 튀김모듬이었습니다.
쌀국수 8,400원
나시고랭 7,900원
튀김세트 9,500원
총 26,300원(배달팁 1,000원 포함)
가격은 이렇습니다. 메인메뉴가 거의 세가지였으니 이 정도면 비싸지 않은 가격같습니다. 10,000원 가까이 하는 쌀국수도 먹어본 적이 있어서 오히려 가성비가 좋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쌀국수와 튀김세트는 소스를 추가한 가격이 저렇기 때문에 500원 정도 더 저렴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늘도 살은 안 찔 겁니다.
맛 ★★★★★
양 ★★★★★
가성비 ★★★★★
서비스 ★★★★★
전국의 모든 자취생들이 배불리 먹는 그 날을 기대하며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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