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간단하게 어떤 음식이 좋을까 생각하면서도 절대 요리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으른 자취인. 냉장고 문 열듯 어김없이 배달앱을 뒤적여봅니다. 책상 앞에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커피와 같이 먹을 수 있는 점심식사류를 원했고,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요즘 문득 반미의 맛이 궁금해졌습니다. 반미라면 바게트 빵에 넣어먹는 베트남 샌드위치라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게 단가? 그래서 저도 한 번 먹어봤습니다. 엔제리너스의 반미와 커피입니다.

개구지게 웃고 있는 엔제리너스의 엔젤. 저도 같은 얼굴이 되어 봉투를 풀어봅니다.

리뷰이벤트를 신청했는데 오지 않았습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저는 금세 울상으로 변해 커피와 반미를 꺼내야만 했습니다. 내가 무얼 잘못했는 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아직 온기가 남은 따끈따끈한 반미와.

시원한 얼음이 들어가 있는 바닐라라떼.

제가 시킨 건 불고기 반미였습니다. 쌀국수를 많이 먹음에도 고수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고수를 빼지 않고 그대로 시켜보았습니다. 고수야, 네가 해봤자 케이 깻잎이나 케이 미나리보다 강한 향을 뿜겠니. 라고 생각하며 겁도 없이 덤볐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좀 더 아래까지 봉투를 까보니 깐 만큼 더 나타나는 고수. 이 때까지만 해도 고수를 좀 더 넣어주지, 라는 철 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정 선이란 게 있다는 것을 언제나 명심해야겠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본 반미의 모습. 간이 적당히 밴 짜지않은 불고기와 도톰한 계란, 굵직한 오이, 토마토, 양상추, 적양배추 그리고 고수 등이 들어있습니다.

한 입 베어물어봅니다. 일단 흔히 아는 바게트 빵은 안은 굉장히 부드럽지만 바깥 껍질은 딱딱합니다. 그래서 반미의 크기와 비례한 입 운동을 열심히 하고 한 입 베어물었는데요.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너무 부드러웠습니다. 딱딱하기보단 겉은 바삭한 정도였고, 먹기 전혀 불편함이 없는 경도여서 여느 샌드위치처럼 베어물었습니다. 고수가 문제여서 그렇지.

고수의 맛을 표현하자면 오히려 미나리나 깻잎처럼 강한 향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한국인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향이 약하게 나는 듯 합니다. 흔히들 화장품 냄새가 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더욱 적합한 표현을 찾아봐야겠다 머리를 굴려봤는데요, 다른 표현은 떠오르지 않네요. 다들 세안을 한 뒤 스킨이나 로션을 바를 때 그 일부가 입에 들어가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씁쓸면서 향긋하면서 매운 듯한 기분 더러운 맛 있잖습니까. 혀가 긴 나머지 반미를 한 입 물고 혀로 세안한 제 뺨이라도 핥았나 했습니다.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조그만 고수 잎사귀들이 이다지도 눈을 번뜩 뜨이게 하다니요. 눈치없게 들어가있냐며 모조리 빼내었습니다.

그리고 한 입 다시 먹어봅니다. 이게 반미다. 이것이 반미다. 그런데 제법 자극적일거라고 예상했던 맛과는 달리 굉장히 슴슴 삼삼한 맛입니다. 빵은 바삭하고 부드러워서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수를 넣지 않는다면요. 고수 맛을 몰라서 그런다며 막 먹는 사람들. 이제 고수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며 서슴없이 먹기 시작하는 사람들.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하십시요. 허세를 부리고 싶었던 게 아닌지 대답하십시요.

다 먹은 뒤 바닐라 라떼까지 쪽쪽 해주니 반미와 참 어울리는 깔끔한 맛입니다. 라떼인지라 우유가 조금 더 들어갔으면 해서 집에 있는 우유를 조금 더 부어서 마셨습니다. 더 청량하고 맛있어졌습니다. 나른한 오후에 이렇게 한 끼를 시작하고 하루 일과를 이어가니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듭니다. 오늘도 힘 냅시다.

가격은 이렇습니다. 여기에 지역마다 다른 배달료가 더 추가가 되어 나올겁니다. 불고기 반미와 다른 여러가지 맛의 반미도 있었습니다. 크기가 생각보다 작지 않아서 든든했고, 간단하지만 배불리 먹고 싶을 때 먹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다른 맛의 반미도 먹어봐야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맛 ★★★★
양 ★★★★★
가성비 ★★★
서비스 ★★★★
모든 자취생들이 배불리 먹는 그 날을 기대하며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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