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식도락

대구 북구 학정동 해산물이 가득, 물회맛집 임금물회

쏘밥 2021. 3. 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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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져감에 따라 입은 옷이 얇아지고 있습니다. 덩달아 주머니도 함께 얇아질 차례입니다. 시원하고 칼칼한 거 뭐 없나 생각하다가 겨울엔 곧 죽어도 떠오르지 않던 물회가 떠올랐습니다. 대구에서 자취생의 마음을 뒤흔들 맛있고 가성비 좋은 물회집을 쉽사리 발견하지 못 했었는데요. 학정동에 맛있는 물회집이 있다고 하여 방문했습니다. 임금의 상에 오를 것만 같은, 임금물회입니다.

 

 

 

 

유난히 푸르던 하늘 아래에서 물회그릇을 들고 활짝 웃고 계시는 임금님. 나라를 다스리듯 너의 굶주린 배를 다스리겠다 하는 비장한 다짐이 엿보였습니다.  티비 매체에도 여러번 소개 되었었나봐요.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합니다. 양도 많고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하길 바라는 도둑놈 심보를 안고 가게로 향했습니다. 원래 없는 것들이 더 까다로운 법입니다.

 

 

 

 

입구 바로 옆에는 수족관이 있습니다. 물은 언뜻 보기에도 매우 깨끗했고, 장사도 잘되는 건지 생선은 몇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둥둥 떠다니는 멍게를 보고도 멍게가 싱싱하네 헤엄도 잘 치네, 라고 했습니다만 헤엄이 아니라 수족관 물살 때문에 도무지 바닥에 닿고 싶어도 닿을 수 없었던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다 먹고 나올 때 쯤엔 부디 바닥에 닿기를.

 

 

 

 

너무나 친절하신 가게 주인님의 안내를 받아 창가에 착석했습니다. 대왕초밥이 유명하다고 해서 초밥도 같이 주문해보려 했는데 더운 날엔 하지 않으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물회만 시켜봤습니다. 가격이 착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빨갛게 색이 다르게 칠해져 있듯 주력메뉴인 임금물회는 무려 19,000원입니다. 치킨 한마리 가격에 야채 조금과 회 조금 들어있는 게 못마땅한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맛있으면 상관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취생의 사치 아니겠습니까.

 

 

 

 

기본찬은 화려하지 않고 간단합니다. 사실 이 찬에는 그렇게 손을 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회가 금방 나오기도 했고 별로 먹지 않을 것임을 주인님도 예측하셨던 것인지 소식을 일삼는 사람의 그것처럼 양이 적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래도 함께 간 지인의 말에 따르면 기본찬들도 모두 맛이 좋았다고 합니다. 다음 번엔 먹어봐야겠어요.

 

 

 

물회와의 조합을 상상해본 적은 없는데 쌈야채도 같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역시 함께 시도하진 않았으나, 다음 번엔 영양분 공급을 위해 쌈야채를 함께 먹어보겠습니다.

 

 

 

물회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오던 생선의 머리 구이. 어느 생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고소한 냄새도 나고 노릇하니 맛있어 보였는데 역시 물회와 함께 나오는 바람에 선택받지 못 한 비운의 생선대가리입니다. 

 

 

 

그리고 매운탕입니다. 얼큰하고 칼칼해보입니다. 원래가 메인만 파는 타입이라 함께 나오는 반찬엔 손을 잘 대지 않는 타입인데요, 어디 안 갑니다. 역시 그랬습니다. 다른 찬들의 맛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 다음에는 주변찬들도 먹어보려 노력해야겠습니다.

 

 

 

메인인 물회입니다. 임금물회라는 이름답게 내용물이 푸짐했습니다. 쫄깃한 회와 멍게, 해삼, 전복이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을만큼 가득 들어있습니다. 새콤한 초장맛보다는 고추장맛이 더 강한 물회소스는 쉽게 물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는 추진력을 제공해줍니다. 처음엔 달콤한데 마지막에 적당히 맵싸해서 스트레스마저 풀리는 양념입니다. 조금 더 시원하게 먹고 싶어서 물을 섞은 뒤 비벼보았습니다.

 

 

 

 

오독오독한 전복과 진한 바다향을 풍기는 멍게, 씹는 식감이 예술인 해삼과 한입 가득 넣고 우물거리면 세상 행복한 회까지. 임금이 따로 있을까요, 얇게 채를 썬 과일과 야채와 함께 입안 가득 씹는 순간 제가 임금이 된 것 같았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치밀하게 계획된 주인님의 작전이었을까요. 고개를 파묻고 먹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바로 임금님이 계십니다.

 

 

 

 

아, 임금은 내가 아니라 물회였구나, 라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더욱 정신차리고 살겠다 다짐하게 됩니다. 다 먹고 나오면서 배달도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집에서도 마음껏 임금님을 영접해야겠다 다짐하면서 가게를 나왔습니다. 너무 만족스럽게 잘 먹은 임금 물회였습니다. 

 

 

 

 

맛 ★★★★★

 

양 ★★★★★ + ★

 

가성비 ★★★

 

서비스 ★★★★★

 

 

 

 

전국의 모든 자취생들이 배불리 먹는 그 날을 기대하며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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